카테고리 없음

서명숙 별세 프로필 나이

좋은정보 블로그 2026. 4. 8. 07:47

대한민국에서 '길'이라는 단어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녀는 평생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언론인으로 살았으나, 인생의 변곡점에서 마주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해 '걷는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고향 제주의 풍경 속에 녹여낸 선구자입니다. 2026년 현재, 그녀가 걸어온 길과 그 끝에서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단순한 프로필 이상의 울림을 줍니다.



언론계의 전설에서 제주의 딸로 돌아오기까지

서명숙 이사장은 1957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났습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특유의 강인함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서울로 상경해 언론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1980년대 엄혹했던 시절, 여성 언론인으로서 당당히 목소리를 냈습니다. '월간 마당'을 시작으로 '시사저널'의 창간 멤버로 참여했으며, 이후 시사저널 편집국장을 역임하며 대한민국 여성 편집국장 1호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펜 끝은 언제나 날카로웠고 권력을 향한 비판과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지내며 온라인 저널리즘의 기틀을 닦는 데도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2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치열한 마감 전쟁과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온 그녀의 심신은 서서히 지쳐갔습니다. 쉼 없이 달려온 끝에 그녀가 선택한 것은 퇴직과 동시에 떠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었습니다.



산티아고에서 제주올레를 꿈꾸다

800km에 달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서명숙 이사장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타국의 낯선 길 위에서 그녀는 자신의 내면과 마주했고, 빠르게만 흘러가는 세상에서 '느리게 걷기'가 주는 치유의 힘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길 끝에서 그녀는 결심했습니다. "내 고향 제주에도 누구나 마음 편히 걸을 수 있는 이런 길을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2007년 고향 제주로 돌아온 그녀는 남동생과 함께 직접 낫을 들고 덤불을 헤치며 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사라진 옛길을 복원하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사유지를 지나는 길은 땅 주인을 일일이 설득해야 했고, 예산 부족과 주변의 회의적인 시선도 견뎌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았고, 드디어 성산포 광치기 해변에서 시작되는 '제주올레 1코스'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제주올레가 바꾼 대한민국의 여행 패러다임

서명숙 이사장이 만든 제주올레는 단순히 관광 코스를 개발한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 여행의 지형도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전까지 제주는 유명 관광지 위주로 차를 타고 돌아보는 '점'의 여행이었다면, 올레길의 등장으로 길을 따라 걸으며 풍경과 마을 사람들을 만나는 '선'의 여행으로 변모했습니다.

 

올레길은 제주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쇠락해가던 마을에 게스트하우스가 생기고 작은 카페들이 들어섰습니다. 또한, 혼자 걷는 여행자들이 늘어나면서 '혼행'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길을 만들며 '3무(無)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아스팔트 길을 피하고, 인위적인 시설물을 최소화하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철학은 전국의 수많은 둘레길과 탐방로의 롤모델이 되었습니다.

 

서명숙의 저작물과 남겨진 기록들

그녀는 언론인 출신답게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유려한 문체로 기록해 왔습니다. 대표작인 '제주 올레 행복한 걷기'를 비롯해 '식탐', '꼬닥꼬닥 걷는 길' 등의 저서를 통해 독자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건넸습니다. 특히 그녀의 글에는 고향 제주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함께, 소외된 이웃과 환경을 생각하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그녀의 프로필을 장식하는 수많은 상보다 그녀가 더 자랑스러워했던 것은 올레길을 걷고 우울증을 극복했다거나, 인생의 해답을 찾았다는 여행자들의 편지였다고 합니다. 그녀에게 길은 소통의 통로이자 치유의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길 위의 동반자로 남다

서명숙 이사장이 우리 곁을 떠났다는 소식은 길을 사랑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큰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27개 코스, 437km의 제주올레길은 여전히 그곳에서 바람과 파도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녀는 떠났지만 그녀가 걸었던 길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의 문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삶의 쉼표가 되어줄 것입니다.

 

그녀의 나이와 세부적인 프로필은 숫자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세상에 '길'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남겼고, 그 길 위에서 우리가 비로소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는 사실입니다. 그녀가 생전에 입버릇처럼 말했던 '꼬닥꼬닥(느릿느릿의 제주 방언)'이라는 단어처럼, 이제 그녀는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영원한 평화의 길 위에서 안식에 들었습니다.

 

우리가 서명숙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오늘날 우리는 너무나 빠른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성과와 효율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서명숙 이사장은 '멈춤'과 '우회'의 가치를 가르쳐준 스승이었습니다. 그녀가 만든 올레길의 파란색과 주황색 간세(조랑말 상징)는 길을 잃은 이들에게 이정표가 되어주었듯, 그녀의 삶 자체가 우리 시대의 이정표였습니다.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녀를 추모하는 물결이 이어지는 이유는 그녀가 단순히 유명인이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녀가 보여준 열정과 고향을 향한 진심, 그리고 자연과 공존하려는 노력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제주 올레길을 한 번이라도 걸어본 사람이라면, 그 길 끝에서 느꼈던 형언할 수 없는 평온함이 바로 서명숙 이사장이 우리에게 주고 싶었던 가장 큰 선물이었음을 기억할 것입니다.

 

서명숙 이사장의 별세는 한 시대의 마감이 아니라, 그녀가 닦아놓은 길 위에서 수많은 '제2의 서명숙'들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시작점이 되어야 합니다.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며 오늘 하루 잠시라도 밖으로 나가 흙을 밟고 숨을 쉬어보는 것, 그것이 그녀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가장 아름답게 기리는 방법일 것입니다.